사실 뭐 애 딸린 집 입장에서 연휴라고 딱히 평소와 다를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애들 밥 먹이고 놀아주고 씻기고 재우고 하루가 아이들을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쉬는 날이나 쉬지 않는 날이나 직장을 가나 안 가나 정도의 차이지 하루가 금방 가는 것은 변함이 없네요.
다른 해와 다르게 이번에는 조금 특별한 일이 하나 있긴 했는데,
이번 추석 연휴를 맞아서 영국에서 와이프 친구가 놀러 왔습니다.
아내는 어려서 부터 영국에 유학을 다녀왔고, 거기 대학에서 사귄 친구가 가장 친한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추석 연휴라고 놀러온거죠 ㅎㅎ
어젯밤 8시반쯤 와이프가 친구를 데리고 집에 온다 얘기하고 집을 나간 뒤,
9시 반쯤 본인은 주차하고 갈테니 친구가 올라가면 문좀 열어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문을 열어두고 거대한 여행가방을 낑낑거리며 끌고 온 영국인 친구를 맞이했습니다.
아내가 맡긴 짐과 정말 거대한 캐리어를 옮기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짐 옮기는 것을 도와줬죠.
영어 회화를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그냥 저냥 대화를 나눴습니다.
대충 짐을 어디다 두냐고 물어보는 것 같아서 손님이 짐 풀어놓는 방에 들어가,
“Your room is here!”
라고 얘기 해줬습니다.
그 친구는
“Okay!”
하고 환하게 웃으며 방에 들어왔는데, 캐리어는 방 문 앞에 내려놓더라구요.
캐리어가 너무 무거워 문턱을 넘기기가 어려운가 싶어서,
“Wow your bag is too big! I'll help you.”
라고 말하고 제가 옮겨주려고 했죠.
그러자 그 친구가
“Oh, nonono. Wife's!”
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음? 이게 내 와이프거라고?’ 하는 생각이 들어서
“Hmm…what?”
하고 되물었습니다.
다시 그 친구는
“Wife's! please!”
하고 말했습니다.
저희가 이사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아 와이프가 어디서 가져온 짐이겠구나하는 생각에
캐리어를 재빨리 열어서 짐을 정리하려고 했습니다.
제가 짐을 열고 안에 있는 하늘거리는 옷가지들, 예쁜 속옷들, 과자, 여행용 휴대폰 충전기 등을 봤을 때
아 이건 절대 절대 절대 절대 내 와이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잠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저는 너무 당황해서 그 친구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어… What did you say?”
그 친구는
“Wipes! (손으로 닦는 시늉을 하며)”
라고 얘길 했습니다.
저는 재빨리 캐리어를 닫고,
“아하, Give me a sec..”
빠르게 물티슈를 가져와서 건네주었습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친구이고, 위생관념이 철저한 친구였기 때문에
방에 짐을 들여놓고 풀기전에 물티슈 등과 같은 것으로 캐리어를 먼저 닦고 싶어했던 것이었어요.
ㅎㅎㅎㅎ….다행히도 무지무지 쾌활하고 성격도 좋은 친구라
그냥 못 알아들어서 미안하다는 말에 잘 웃어 넘어가 주었습니다.
지금은 저와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같이 봐주고 있고
놀러왔는데 아이들을 함께 보게해서 좀 미안하긴 하지만
가고싶다는 곳이나 먹고싶다는 것은 싹다 해줄 예정입니다 ㅎㅎ
특별하거나 재밌는 에피소드는 아닐 수 있지만
추석을 맞아 평소와는 다른 일을 겪었기에 에피소드로 올려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