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ron이 소비자용 SSD·RAM 브랜드인 Crucial 사업을 공식 종료했다. 겉으로는 차분한 보도자료지만, 내용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이제 일반 소비자보다 AI 고객이 훨씬 중요하다.”
Micron은 2026년 2분기까지만 Crucial 제품 출하를 유지한 뒤, 소비자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다. 이후 생산되는 DRAM과 NAND는 대부분 AI·데이터센터 고객에게 할당된다. Crucial SSD, Crucial DDR4/DDR5, MX·P 시리즈 같은 ‘국민 가성비 제품군’은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배경은 명확하다. AI가 메모리 시장을 완전히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HBM뿐 아니라 DDR5 RDIMM, NAND TLC까지 AI 서버가 통째로 가져가며 DRAM 가격은 폭등했고, CSP(클라우드)·AI기업들은 ‘생산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메모리 업체들에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다. 소비자 시장은 이제 수익성도, 우선순위도 없다.
Micron은 발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성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메모리 수요가 급등했습니다. Crucial 소비자 사업은 종료하며 대형 전략 고객을 우선 지원하겠습니다.” 정제된 문장 뒤에는 명확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 “소비자 시장은 이제 돈이 안 된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Micron은 2026년 2분기 이후 일반 소비자용 DRAM 생산 배정을 거의 0에 가깝게 줄인다. 다시 말해, 우리가 사는 일반용 DDR5·SSD는 앞으로 더 적어지고 더 비싸질 거라는 뜻이다. 이미 DDR5 가격은 2~4배 폭등했고, SSD 가격도 단계적으로 오르고 있다. PC 제조사들도 조립 PC 가격을 인상하기 시작했다.
Crucial 브랜드는 MX500, P5 Plus, Crucial DDR5는 전 세계 유저가 인정한 가성비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AI 시장이 폭발하고 메모리 공급이 해당 산업에 빨려 들어가는 순간,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희생양’이 되었다. Micron만 그런 게 아니다. 삼성, SK hynix 역시 이미 기업 고객에 우선 공급하는 구조로 전환했고, AI 메모리 생산 라인을 공격적으로 확대 중이다. DRAM 부족은 이제 시작일 뿐이며 2026년 전체 PC 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소비자 시장은 더 이상 메모리 업체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 Crucial의 퇴장은 그 신호탄이다.
그리고 PC 게이머·DIY 유저에게 남은 질문은 단 하나다. “앞으로 우리는 얼마를 더 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