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아이템·성장 구조를 재정의하는 결정적 전환점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IV의 11번째 시즌 ‘Season of Divine Intervention(신성한 개입)’을 12월 11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출시 이후 꾸준히 제기되어 온 시스템적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루는 업데이트는, 단순한 신규 콘텐츠 추가가 아닌 게임 핵심 구조의 재정비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PTR을 통해 예고된 변화들이 하나씩 확인되면서 시즌 11은 디아블로 IV의 장기 서비스를 위한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시즌 11의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블리자드가 “진화한 몬스터(Evolved Monsters)”라고 부르는 새로운 몬스터 시스템이다. 그동안 디아블로 IV는 정교한 연출과 그래픽에 비해 몬스터 AI가 단순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업데이트는 그 구조적 약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몬스터들은 이전보다 더 적극적이고 다층적인 행동 패턴을 보이며, 정예와 챔피언 몬스터는 완전히 재정비된 어픽스를 통해 한층 위협적인 전투 상황을 만들어낸다. 특히 20종이 넘는 신규 어픽스는 악몽 던전을 포함한 모든 콘텐츠에 적용돼 플레이어의 익숙한 탐험 루틴을 흔들어 놓는다. 몬스터 무리가 뭉치는 방식, 챔피언 팩의 등장 방식 등 세밀한 전투 문법 역시 조정되며, 시즌 11의 전투는 기존과 근본적으로 다른 양상을 띠게 될 전망이다.
변화의 핵심은 난이도 상승이 아니라 전투 경험의 재설계에 있다. 즉, 플레이어가 새로운 전략을 고민하고, 빌드를 재평가하며, 몬스터와의 교전에서 더 풍부한 상호작용을 느끼도록 만드는 방향으로 전투 생태계가 다시 구성된 것이다.
시즌 11에서 블리자드가 가장 심도 있게 손댄 영역은 아이템화(Itemization)와 방어 구조다. 이 두 시스템은 디아블로 IV 플레이 경험의 중심이 되는 요소들로, 그동안 불명확한 성장 구조와 과도한 복잡성으로 비판받아 왔다. 이번 개편은 이러한 문제를 다층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우선 장비의 어픽스 구조가 근본적으로 확장된다. 비고유 아이템의 기본 어픽스가 하나 더 늘어나며, 장비의 최종 업그레이드를 담당하는 성스러운 강화(Sanctification)가 도입되면서 전리품이 빌드를 완성하는 진정한 도구로 기능하도록 유도했다. 템퍼링이 확률 기반이 아닌 선택 기반으로 바뀐 것도 큰 변화다. 플레이어는 원하는 방향을 명확히 설정할 수 있게 되었고, 장비 제작 과정의 불확실함은 크게 줄어들었다.
여기에 품질(0~25)이라는 새 축을 중심으로 능력치를 강화하는 마스터워킹(Masterworking)이 더해지면서, 장비는 단순한 파밍 결과물이 아니라 장기적 성장의 축이 된다. 최고 단계에서 어픽스가 50% 강화되는 ‘마지막 보너스’는, 장비 성장의 완결성을 상징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한편 방어 공식 역시 전면 재해석됐다. 클래스 간 생존력 차이를 줄이기 위해 Armor와 저항값을 등급 기반으로 통합했고, Armor는 이제 모든 피해 유형에 적용되는 보편적 방어로 재정의된다. Toughness가 생존력 전체를 요약하는 지표로 등장하면서, 기존의 파편화된 DR 계산은 더 직관적인 구조로 정리된다. 특히 Fortify는 DR 보조가 아닌 ‘추가 생명력 저장고’로 전환되어, 디아블로 IV가 오랜 기간 안고 있던 생존 시스템의 복잡성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즌 11은 플레이어의 성장 루프와 엔드게임 진행 방식 역시 크게 손봤다. 기존 시즌 왕국에서의 명성(Renown)은 시즌 랭크(Season Rank)로 대체되며, 플레이어는 계단형 도전 구조를 따라 성장 포인트와 특수 재료, 시즌 장비 등을 획득하게 된다. 이는 성장 과정의 목적성과 흐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또한 기존의 캡스톤 던전 5종은 난이도 체계의 허들을 구성하는 고정 콘텐츠로 재배치되어, Hard에서 Torment III까지 이어지는 난이도 구간 전체에 일관성 있는 성장 곡선을 제공한다. 여기에 시즌 스토리는 천사 하드리엘이 성역의 영웅을 인도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하위 악마들이 각각 특정 엔드게임 모드를 침범하는 구조가 더해진다. 이는 시즌마다 반복되는 엔드게임 과정을 더 변칙적이고 풍부하게 만드는 장치로 기능한다.
신성한 선물(Divine Gifts) 시스템도 눈여겨볼 만하다. 보스를 처치할 때마다 해금되는 시스템은 콘텐츠의 난이도와 보상 밀도를 변경하는 일종의 ‘맞춤형 도전 장치’로 작동하며,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파밍 루프를 구성할 수 있는 자유도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