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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아버지 최불암, 87세로 별세…좋은 배우를 넘어 존경받는 어른이었다 수사반장의 박 반장, 전원일기의 김 회장. 우리 세대라면 이름만 들어도 얼굴과 목소리가 떠오르는 배우가 있다. 특유의 중후한 목소리와 사람 좋은 웃음, 때로는 엄격하면서도 속 깊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줬던 최불암 선생이다. 방송계에 따르면 배우 최불암이 29일 밤 10시께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지난해 허리디스크 수술 이후 재활치료를 이어왔으나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1959년 연극 햄릿으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1967년 TV 드라마에 진출했고, 1971년부터 방송된 수사반장에서 박영한 반장으로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다. 당시 수사반장은 범인을 잡는 이야기였지만, 박 반장이라는 인물에는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어려운 사람의 사정을 헤아리는 인간미가 있었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송된 전원일기는 또 다른 대표작이다. 무려 22년 동안 양촌리 김 회장으로 살았다. 농촌의 평범한 가장이었지만 가족과 이웃 사이에서 어른이 해야 할 역할을 보여줬다. 잘못된 일에는 호통을 치고, 어려운 이웃에게는 먼저 손을 내밀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일까. 최불암이라는 이름 앞에는 국민 배우보다 국민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더 자연스러웠다. 개인적으로 그가 존경받아 마땅한 이유는 방송 밖에 있다고 생각한다. 1981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은 뒤 1983년 서울지부 후원회장을 거쳐 1985년부터 전국후원회장으로 활동했다. 무려 40년이 넘는 세월이다. 전원일기에서 금동이를 양자로 맞아들이는 이야기가 실제 아동 후원으로 이어졌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그는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후원자를 모으는 일에 앞장섰다. 초록우산에 따르면 전국후원회장으로서 50만여 명의 후원자를 이끄는 데 기여했다. 보호대상아동의 자립 지원, 위기가정 아동 후원, 가정위탁 아동의 심리·정서 지원 등 다양한 활동에도 참여했다. 2018년에는 코레일과 초록우산이 저소득층 아동 지원을 위해 협력하는 자리에도 함께했다. 2011년에는 서울대학교병원 발전후원회 홍보대사를 맡아 의료 분야의 기부 활성화에도 힘을 보탰다. 배우로서 얻은 명성을 사회에 돌려주는 일을 수십 년 동안 이어온 셈이다. 아동복지에 기여한 공로로 1998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고, 2014년에는 대중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방송 활동 역시 나이가 들수록 우리 이웃의 삶에 가까워졌다. 좋은나라 운동본부에서는 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짚었고, 2011년부터 14년 동안 진행한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전국을 누비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밥상 앞에서 관심을 기울인 것은 음식만이 아니었다. 음식을 준비한 사람의 사연,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생활 방식, 한 끼를 위해 애쓴 사람들의 손길이었다. 유명한 배우가 시골 마을 어르신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듣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세대에는 최불암 시리즈라는 유머도 익숙하다. 당사자의 이름을 소재로 한 농담이 전국적으로 유행했는데도 그의 친근한 이미지는 오래도록 이어졌다. 고개를 젖히며 터뜨리던 특유의 파하~ 웃음은 이제 하나의 상징처럼 남았다. 생각해 보면 대단한 일이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도 쉽지 않은데, 나이가 들어서도 존경받는 배우로 남았으니 말이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많다. 인기를 얻는 배우도 많다. 하지만 자신의 명성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고, 수십 년 동안 한결같이 실천하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다. 우리가 그를 국민 아버지라고 불렀던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수사반장의 박 반장도, 전원일기의 김 회장도 이제는 오래된 화면 속 인물이 됐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따뜻한 인간미와 40년 넘게 이어온 나눔의 발자취는 오래 기억될 것이다. 한 시대를 함께 살아온 우리에게는 익숙한 어른 한 분을 떠나보내는 일이라 더 허전하다. 최불암 선생님. 오랜 세월 좋은 연기로 웃음과 감동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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