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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큐, 모니터 수와 사용 환경에 맞춰 조명도 다시 설계했다

 
쪽지 2026-09-0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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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에서 듀얼까지 모니터 숫자에 맞춰 조명을 다시 설계하다.
 

어두운 방에서 모니터만 켜놓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개발자. 영화에서 흔히 접하는 모습이다. 주변을 어둡게 하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줄어 화면에 몰입하기 좋다고 느끼기 쉽다. 그러나 작업이 길어지면 눈이 침침하거나 화면의 밝기가 유난히 거슬리는 순간도 찾아온다. 원인을 조명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밝은 화면과 어두운 주변의 차이가 눈에 부담을 더할 수 있다.

 

형광등을 켜면 불편은 줄어들겠지만 방 전체가 환해진다. 필요한 곳만 밝히려고 스탠드를 가져오면 이번에는 화면에 비친 반사광이 신경 쓰인다. 조명 위치와 각도를 바꿔가며 빛을 피하다 보면 편하게 잡아놓은 작업 환경까지 흐트러진다. 모니터 전용 조명은 이러한 불편을 줄이기 위해 화면과 눈으로 향하는 빛을 억제하고, 키보드와 문서가 놓인 작업 공간만 밝히는 형태로 개발됐다.

 

벤큐는 개발 초기인 지난 2015년, 모니터를 장시간 사용하는 13명을 직접 찾아가 사용 환경을 조사했다. 모니터와 조명을 어디에 놓는지, 화면과 종이 문서를 어떻게 오가며 작업하는지, 기존 조명에서 어떤 불편을 겪는지를 살폈다. 좁은 조명 범위와 화면 반사, 화면과 주변의 큰 밝기 차이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았다.

 

스탠드 설치 위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한계를 드러냈다. 화면 쪽으로 조명을 돌리면 반사가 생기고, 사용자 쪽으로 돌리면 광원이 눈에 거슬렸다. 이미 스스로 빛을 내는 화면은 피하면서 그 앞의 작업 공간으로 정교하게 빛을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해진 이유다. 벤큐는 프로젝터에서 축적한 광학 기술을 활용해 빛의 방향과 분포를 제어했다. 작은 기기에서 큰 화면을 투사하기 위해 다뤘던 광학 시뮬레이션과 반사판 설계 기술을 조명에 적용한 것이다.

 

 

8일 신제품 발표회에서 벤큐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제품 사업부 총괄 이사는 자체 조명 연구소에서 시제품 제작과 측정을 반복하고, 대학과 협력해 빛이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화면을 비켜 책상 앞쪽으로 빛을 보내는 비대칭 광학 설계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됐다. 조명을 모니터 위에 배치하면서 일반 스탠드의 받침이 차지하던 공간도 확보했다.

 

화면 반사를 줄이고 주변에 고른 빛을 제공해야 한다는 근거는 관련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2019년 발표된 시각 작업 실험에서는 눈부심이 있는 환경에서 피로 설문 점수가 높았고, 어둡거나 보조 조명이 불균일한 환경에서는 작업 성능이 저하됐다. 균일한 보조 조명에서는 피로 설문 점수의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벤큐 제품을 직접 검증한 연구는 아니지만, 화면 밝기와 함께 주변 조명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를 뒷받침한다.

 

 

벤큐는 2017년 첫 스크린바를 출시한 뒤 조작용 다이얼과 후면 조명, 넓은 조광 범위 등을 개선했다. 회사가 밝힌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은 150만 대 이상이다. 다만 싱글 모니터를 기준으로 개발한 조명이 오늘날의 멀티 모니터 환경은 대응하지 못함이 결정적인 한계다. 가령 모니터 두 대를 함께 쓰거나 카메라와 마이크가 화면 상단에 배치된 아이맥을 사용하는 경우다.

 

듀얼 모니터는 화면 수뿐 아니라 배치 방식도 달라진다. 두 대를 나란히 놓기도 하지만 보조 모니터를 안쪽으로 꺾거나 피벗으로 세워 쓰기도 한다. 화면 사이의 각도와 높이가 달라지면 조명에서 작업 공간까지의 거리와 빛이 떨어지는 위치도 달라진다. 메인 모니터를 기준으로 설치한 조명이 보조 화면에 반사되거나, 옆에 펼쳐놓은 문서까지 충분히 밝히지 못할 수 있다.

 

모니터마다 조명을 설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두 광원의 위치와 밝기를 함께 맞춰야 한다. 실제 아스테크니카 사용자 포럼에서도 듀얼 모니터에 조명이 하나면 충분한지, 두 개가 필요한지를 두고 의견이 오갔다. 고른 밝기를 확보하기 위해 두 개를 설치한 사용자도 있었고, 하나만 사용해도 밝게 느낀다는 사용자도 있었다. 개별 경험에서 나온 의견이지만, 모니터 개수에 맞춰 조명을 늘리기보다 사용 환경에 필요한 범위와 밝기를 맞추려는 요구에 무게가 실렸다.

 

 

벤큐코리아 이상현 마케팅팀장은 개발자와 디자이너, 데이터·금융 분석가처럼 여러 화면을 동시에 활용하는 사용자를 살폈다고 설명했다. 화면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고, 자료를 함께 펼쳐놓을 공간도 필요한 집단이다. 벤큐는 스크린바 맥스를 개발하면서 넓은 조명 범위와 함께 서로 다른 모니터 높이와 각도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덕분에 설치 방식부터 기존 스크린바와 다르다. 모니터 위에 직접 거는 대신 책상에 지지대를 고정하고 그 위에 조명을 배치한다. 높이는 약 55cm·64cm·72cm 세 단계로 조절하며, 슬라이딩 레일을 이용해 앞뒤로 최대 10cm 움직일 수 있다. 모니터를 나란히 놓거나 한쪽을 세로로 세운 상태에서 조명 위치를 맞춰야 한다. 기본 클램프는 최대 6cm 두께의 책상에 설치하며, 클램프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는 별도 데스크 베이스를 제공한다.

 

 

아무렇게나 설치해도 곤란하다. 모니터에서 분리한 조명은 화면보다 약 5cm 앞에 배치해야 한다. 단, 해당 위치에 설치했을 때에는 빛이 수직으로 내리기에 화면 아래쪽과 작업 공간 사이에 어두운 구간이 남을 수 있다. 벤큐는 ASYM-TriZone Light 광학 시스템으로 빛의 진행 방향과 분포를 조정하고 36도 차광각 설계를 적용했다. 높아진 위치에서 넓은 공간을 비추면서도 화면 반사와 사용자 눈으로 들어오는 직접광을 줄이려는 설계다.

 

조명이 수용하는 작업 범위는 최대 135cm이며, 중앙부 최대 조도는 1400lx다. 두 화면 앞에 놓인 키보드와 마우스부터 옆에 펼쳐놓은 문서까지 하나의 조명으로 밝힐 수 있다. 전면과 후면 조명은 밝기를 각각 100단계로 조절하고, 색온도는 2700K부터 6000K까지 25K 단위로 설정한다. 주변 밝기를 감지하는 자동 모드는 작업면 조도를 700lx에 맞추며, 스크린 리딩 모드는 700lx와 4000K를 권장한다.

 

만약 작업 공간을 밝힌 뒤에 화면 뒤쪽이 어둡게 남는다면 후면 조명을 활용할 수 있다. 벽에 빛을 보내 모니터와 배경의 밝기 차이를 줄이는 용도다. 이상현 팀장은 모니터 뒤가 벽인 환경과 맞은편에 동료가 앉는 사무실에서는 적합한 제품을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후면에 사람이 있는 환경이라면 후면 조명이 없는 스크린바 프로가 적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싱글 모니터 환경이라도 아이맥에서는 따져야할 부분이 있다. 작업 공간을 충분히 밝히더라도 거치부가 상단 카메라를 가리거나 본체와 어울리지 않으면 사용자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상현 팀장은 XDA Developers에 게재된 스크린바 헤일로2 관련 피드백을 구체적인 자료로 제시했다. 조명 성능과 별개로 아이맥과의 디자인 부조화와 카메라 간섭이 지적됐다는 내용이다.

 

 

아이스크린바는 아이맥의 구조를 반영해 클램프 대신 마그네틱 거치 방식을 채택했다. 상단 카메라와 마이크 홀을 피하도록 설계했고, 후면에는 마그네틱 케이블 오거나이저를 마련했다. 케이블을 정리하면서 애플 로고도 가리지 않도록 했다. 알루미늄 블록을 정밀 CNC 가공한 유니바디에 아노다이징 마감을 적용하고, 상단에는 글래스 터치 패널을로 마무리했다. 아이맥과의 일체감을 중시하는 사용자의 취향까지 감안한 결과물이다.

 

카메라를 가리지 않는 거치 방식에 더해 렌즈 주변으로 들어오는 빛도 제어한다. 화상회의 모드를 활성화하면 중앙부 조명을 줄이고 양옆 영역을 밝혀 카메라 플레어를 억제한다. 조명을 켠 상태에서 영상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을 줄이기 위한 기능이다. 화상회의를 할 때마다 조명을 끄거나 위치를 옮기는 대신 모드를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조작 방식도 아이맥 안으로 옮겼다. 스크린바 헤일로2에서 사용했던 별도 무선 컨트롤러를 제외하고 macOS 전용 앱에서 밝기와 색온도를 조절하도록 했다. 프로그램별 프리셋을 지정하면 워드나 사파리에서는 업무용 설정을, 영상 감상 앱에서는 밝기를 낮춘 설정을 적용할 수 있다. 아이맥 전원 상태와도 연동해 작업을 시작하고 마칠 때 조명을 따로 조작하는 수고를 줄였다.

 

화면 앞쪽에는 ASYM-Light 비대칭 광학 설계로 빛을 보낸다. 중앙부 최대 조도는 1000lx이며, 85cm 범위에 최소 500lx, 115cm 범위에 최소 300lx를 제공한다. 자동 밝기 조절 기능은 주변 밝기를 감지해 작업면 조도를 500lx에 맞춘다. 아이맥의 외형과 기능을 유지하도록 거치·제어 방식을 바꾸면서 스크린바의 기본적인 광학 성능을 계승했다.

 

사용자 감지 기능에는 실제 사용 중 전달된 의견을 반영했다. 이상현 팀장은 지난해 스크린바 헤일로2 행사에서 창문을 열면 사람이 없어도 조명이 켜지는 경우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기존 초음파 감지 방식이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아이스크린바와 스크린바 맥스에는 24GHz 레이더 센서를 적용했다. 사용자가 자리를 비우면 꺼지고 돌아오면 켜지는 기능은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작동을 줄이도록 했다.

 

 

벤큐가 사용자를 세분화한 이유도 이러한 차이를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이상현 팀장은 아이맥 전용 제품처럼 소비자 범위를 한정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프로그래머와 사진가, 디자이너, 맥 사용자에 맞춰 모니터를 개발해 온 사례를 들었다. 사용자의 작업 방식과 습관을 이해해야 범용 제품에서 해결하지 못한 불편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듀얼 모니터에서는 광원의 높이와 거리, 빛의 분포를 바꿨고 아이맥에서는 거치 구조와 카메라 주변의 빛, 조작 방식을 다시 설계했다.

 

권장 소비자 가격은 스크린바 맥스 42만9000원, 아이스크린바 26만9000원이다.

 

스크린바 맥스와 실버 색상 아이스크린바는 9월 9일부터 판매하며, 아이스크린바 그린·블루 색상은 11월경 한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상현 팀장은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매일 오랜 시간 사용하는 조명인 만큼 자신의 사용 환경에 필요한 빛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니터 전용 조명은 화면 반사를 피해 스탠드를 옮기던 불편에서 출발했다. 이제는 싱글과 듀얼, 아이맥처럼 모니터 수와 구조에 따라 필요한 조명도 달라졌다. 벤큐는 사용자가 익숙한 화면 배치와 작업 방식을 유지하도록 조명의 거리와 각도, 설치 구조를 바꿨다. 더 밝은 조명을 추가하는 데서 나아가, 사용하는 모니터와 작업 환경에 맞는 빛을 제공하겠다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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