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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룩 짭짭, 한국인의 소울푸드 라면 이야기 배고픈 한 끼에서 세계가 찾는 K-푸드가 되기까지 어릴 적 만화 아기공룡 둘리를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자동으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가 있다.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 좋은 라면.” 이 짧은 가사가 참 묘하다.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라면은 그렇게 먹는 음식이다. 젓가락으로 꼬불꼬불한 면발을 들어 올리고, 뜨거운 김을 후 불어가며 후루룩 들이키고, 마지막엔 얼큰한 국물 한 숟가락으로 입안을 정리한다. 그런데 라면의 진짜 마지막은 따로 있다. 면을 다 먹은 뒤 남은 국물에 찬밥을 말아 넣는 순간이다. 그때 라면은 인스턴트 음식이 아닌 한 끼 식사가 된다. 김치 한 조각만 있으면 된다. 거창한 반찬도 필요 없다. 뜨거운 국물, 불그스름하게 물든 밥알, 젓가락 끝에 걸리는 김치 한 점. 그 조합 앞에서는 산해진미도 잠시 밀린다. 라면은 그렇게 한국인의 부엌 한구석에 늘 대기하고 있는 음식이다. 돈이 없을 때, 시간이 없을 때, 속이 허할 때, 술 마신 다음 날, 비 오는 밤, 야근 끝난 새벽, 시험공부 하던 날, 군대에서 PX 다녀온 날, 한강에서 바람 맞던 날까지. 라면은 음식이면서 동시에 기억이다. 라면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한국인이 라면을 워낙 자연스럽게 먹다 보니 가끔 착각하게 된다. “라면은 원래 한국 음식 아닌가?” 지금의 인스턴트 라면은 일본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1958년 일본 닛신식품의 안도 모모후쿠가 만든 ‘치킨라멘’이 현대식 인스턴트 라면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전쟁 이후 식량난을 겪던 시절, 뜨거운 물만 있으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면 요리를 만든 것이다. 한국 라면은 그보다 조금 늦게 등장했다. 1963년 9월 15일, 삼양식품이 국내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을 출시하면서 한국 라면의 역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 팔린 건 아니었다. 지금이야 라면 봉지를 보면 당연히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꼬불꼬불하게 튀겨진 면은 꽤 낯선 물건이었다. 쌀밥을 먹어야 제대로 한 끼를 먹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으니, 밀가루로 만든 인스턴트 면이 곧바로 환영받기는 어려웠다. 라면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시대 상황이 있었다. 쌀이 부족하던 시절, 정부는 밀가루 음식을 장려했고, 라면은 값싸고 빠르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국물 음식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이 더해졌다. 일본에서 들어온 인스턴트 면은 한국에 와서 전혀 다른 음식이 됐다. 더 맵고, 더 얼큰하고, 더 국물 중심적인 음식으로 변했다. 여기에 김치, 계란, 파, 고춧가루, 찬밥이 붙으면서 한국식 라면 문화가 만들어졌다. 발명은 일본이 했을지 몰라도, 라면을 인생 음식으로 만든 건 한국인에 가깝다. 배고픔의 음식에서 추억의 음식으로 라면은 처음부터 별미가 아니었다. 출발은 배고픔이었다. 먹을 것이 넉넉하지 않던 시절, 라면은 값싸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고마운 음식이었다. 뜨거운 물과 냄비만 있으면 됐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끓일 여유가 없을 때, 쌀이 부족할 때, 라면 한 봉지는 꽤 든든한 해결책이었다. 그래서 라면에는 묘한 애환이 있다. 누군가에게 라면은 가난의 기억이다. 누군가에게는 자취방의 첫 끼다. 누군가에게는 군대에서 몰래 먹던 야식이다. 누군가에게는 엄마가 늦게 오던 저녁, 형제끼리 나눠 먹던 냄비다. 누군가에게는 월급 전날 버티게 해준 마지막 식량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라면은 슬프기만 한 음식이 아니다. 힘들 때 먹었던 음식인데, 시간이 지나면 그리워진다. 돈이 없어서 먹던 음식인데, 돈이 생긴 뒤에도 가끔 일부러 끓인다. 이게 라면의 이상한 힘이다. 가난했던 기억마저 따뜻하게 만들어버린다. 왜 분식집 라면은 집 라면보다 맛있을까 라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왜 집에서 끓이면 그 맛이 안 나지?” 분식집 라면이 맛있는 이유는 대체로 단순하다. 강한 화력, 얇은 냄비, 빠른 조리, 그리고 망설임 없는 손맛. 라면은 오래 끓일수록 맛있어지는 음식이 아니다. 오히려 타이밍이 생명이다. 물이 팔팔 끓을 때 면과 스프가 들어가고, 면이 풀리기 시작할 때 적당히 뒤집어주고, 너무 익기 전에 불을 꺼야 한다. 그런데 집에서는 이게 은근히 어렵다. 계란을 넣을까 말까 고민하고, 파를 찾고, 김치를 꺼내고, 그 사이 면은 조금씩 불어간다. 분식집 라면은 그런 고민이 없다. 그냥 빠르게 끓이고 빠르게 낸다. 그래서 맛있다. 둘리 노래에는 “라면은 구공탄에 끓여야 맛있다”는 감성이 담겨 있지만, 실제로는 구공탄보다 중요한 건 화력이다. 뜨거운 불에서 짧고 강하게 끓인 라면이 확실히 맛있다. 라면 조리법에도 각자의 공식이 있다. 스프 먼저 넣는 사람. 면 먼저 넣는 사람. 계란을 풀어야 한다는 사람. 계란은 절대 풀면 안 된다는 사람. 면을 들었다 놨다 해야 한다는 사람. 찬물을 조금 넣어야 한다는 사람. 고춧가루를 추가해야 진짜라는 사람. 라면 하나 끓이는 데도 파벌이 갈린다. 하지만 라면 맛의 핵심은 결국 하나다.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끓였을 때 가장 맛있다. 남이 보기엔 대충 끓인 라면이어도, 내 입에 맞으면 그게 정답이다. 한국 라면은 왜 이렇게 매워졌을까 한국 라면의 정체성은 국물에 있다. 일본 라멘이 육수와 생면의 조합이라면, 한국 라면은 봉지 안에 들어 있는 분말스프 하나로 세계관이 완성된다. 그 작은 스프 봉지 안에 짠맛, 매운맛, 감칠맛, 향이 다 들어 있다. 초기 라면은 지금처럼 맵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 라면은 점점 얼큰하고 자극적인 방향으로 발전했다. 신라면, 안성탕면, 진라면, 열라면, 불닭볶음면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면 한국 라면의 역사는 결국 매운맛의 진화라고 봐도 된다. 한국 사람들은 라면을 단순히 면으로만 먹지 않는다. 김치와 먹고, 계란을 풀고, 파를 넣고, 청양고추를 넣고, 콩나물을 넣고, 치즈를 올리고, 떡을 넣고, 만두를 넣고, 마지막엔 밥을 만다. 라면은 완성품이면서 동시에 미완성품이다. 그 자체로도 먹을 수 있지만, 뭘 넣느냐에 따라 계속 다른 음식이 된다. 그래서 라면은 한국인에게 유난히 사랑받는다. 각자 자기만의 라면이 있기 때문이다. 컵라면, 자취방, 편의점, 한강 라면 문화에서 컵라면을 빼놓을 수 없다. 컵라면은 라면을 냄비에서 해방시켰다. 뜨거운 물만 있으면 어디서든 먹을 수 있다. 학교 매점, 편의점, PC방, 고속도로 휴게소, 군대 PX, 등산 후 정상 근처, 야근 중 사무실. 컵라면은 한국인의 이동식 부엌이다. 특히 편의점 컵라면 문화는 거의 하나의 장르가 됐다. 컵라면 하나, 삼각김밥 하나, 바나나우유 하나. 이 조합으로 버틴 청춘들이 꽤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한강라면도 빼놓을 수 없다. 편의점에서 은박 용기를 꺼내 즉석 조리기에 올려놓고, 물이 끓기 시작하면 면이 서서히 풀린다. 바람은 살짝 차고, 강 건너 불빛은 반짝이고, 돗자리 위에서는 누군가 웃고 있다. 사실 맛만 놓고 보면 집에서 끓인 라면이 더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강의 공기와 야경이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라면은 장소를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집에서 먹는 라면, 편의점에서 먹는 라면, 산에서 먹는 라면, 바닷가에서 먹는 라면, 술 마신 다음 날 먹는 라면은 전부 다른 음식이다. 같은 봉지라도 상황이 바뀌면 맛이 바뀐다. 라면은 그래서 오래 살아남았다. 라면은 건강에 나쁠까 라면 이야기를 하면 반드시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라면, 몸에 안 좋은 거 아니야?” 솔직히 말하면 라면은 완벽한 건강식은 아니다. 나트륨이 많고, 튀긴 면은 지방도 있다. 국물까지 전부 마시면 염분 섭취가 꽤 높아질 수 있다. 늦은 밤에 먹고 바로 자면 다음 날 얼굴이 붓는 것도 괜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라면을 무조건 독극물처럼 볼 필요도 없다. 라면 한 봉지의 열량은 대략 400~500kcal 정도다. 라면 하나만 먹으면 오히려 한 끼 식사로는 조금 부족할 수도 있다. 문제는 여기에 밥을 말고, 김치를 많이 먹고, 국물을 다 마시고, 야식으로 자주 먹을 때다. 라면을 조금 더 건강하게 먹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스프를 조금 덜 넣고, 국물을 다 마시지 않고, 계란이나 두부로 단백질을 보충하고, 파·콩나물·버섯 같은 채소를 넣고, 가능하면 너무 늦은 시간에는 자주 먹지 않는 것. 맛은 조금 양보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라면을 오래 사랑하려면 이 정도 타협은 필요하다. 요즘 라면도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대부분 튀긴 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건면, 저염 제품, 비건 라면, 프리미엄 라면, 지역 맛을 살린 라면까지 종류가 다양해졌다. 라면은 여전히 인스턴트 음식이지만, 더 이상 “싸고 빠른 음식” 하나로만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우지파동, 라면이 겪은 가장 큰 상처 한국 라면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있다. 1989년의 우지파동이다. 당시 일부 라면업체가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라면업계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긴 법적 공방과 안전성 논란이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업체들이 승소하며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이미 소비자들의 인식에는 큰 상처가 남았다. 이 사건은 단순한 식품 논란이 아니었다. 라면은 국민 음식이었다. 서민들이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이었다. 그만큼 신뢰가 흔들렸을 때 충격도 컸다. 하지만 라면은 살아남았다. 제조 방식은 바뀌었고, 업체들은 더 신중해졌고, 소비자들의 눈도 더 까다로워졌다. 그리고 라면은 다시 한국인의 식탁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보면 라면의 생명력은 참 라면답다. 한 번 눌리고 식어도, 뜨거운 물을 만나면 다시 살아난다. 한국 라면은 이제 세계가 먹는다 예전의 라면은 한국 안에서 먹는 음식이었다. 이제는 아니다. 신라면은 오래전부터 한국 매운맛의 대표 선수였고, 불닭볶음면은 유튜브 챌린지와 K-콘텐츠 열풍을 타고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됐다. 해외 마트에 가면 한국 라면 코너가 따로 있는 곳도 많아졌다. 한국 드라마 속 주인공이 냄비째 라면을 먹는 장면은 외국인에게도 익숙한 풍경이 됐다. 라면은 이제 K-푸드의 중요한 축이다. 김치, 불고기, 비빔밥처럼 전통 음식은 아니지만, 오히려 현대 한국인의 생활을 더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음식일지도 모른다. 한국인의 빠른 일상, 야근 문화, 편의점 문화, 매운맛 취향, 혼밥 문화, 가성비 감각이 라면 한 봉지 안에 들어 있다. 예전에는 일본에서 기술을 들여와 라면을 만들었다. 이제는 세계가 한국 라면을 사 간다. 역사가 이렇게 돌아왔다. 라면은 왜 소울푸드인가 라면이 소울푸드인 이유는 고급스러워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너무 평범해서다. 라면은 대단한 요리가 아니다. 냄비 하나, 물, 봉지 하나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을 위로한다. 돈 없던 자취방에서 먹던 라면. 친구들과 밤새 놀고 끓여 먹던 라면. 엄마 몰래 야식으로 끓여 먹던 라면. 비 오는 날 창문 열어놓고 먹던 라면. 아픈 날 입맛 없는데도 겨우 먹던 라면. 월급 전날 버티게 해준 라면. 라면은 늘 화려한 날보다 애매한 날에 더 가까이 있었다. 뭔가 부족한 날, 조금 외로운 날, 지갑이 가벼운 날, 몸이 피곤한 날. 그래서 라면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사람의 빈틈을 채워주는 음식이다. 결정적으로 라면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비싼 레스토랑 예약도 필요 없고, 조리 기술도 필요 없다. 대학생도, 직장인도, 군인도, 아빠도, 엄마도, 혼자 사는 사람도, 야근하는 사람도 똑같은 냄비 앞에 선다. 물이 끓고, 스프를 넣고, 면을 넣고, 3~4분을 기다린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은 이상하게 마음이 놓인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사실 라면은 배고픔에서 출발했다. 당시에는 모두가 가난했다. 값싸게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이 필요했다. 물론 초기의 그러한 라면 조차도 먹기 힘들 정도로 가난했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라면은 한국인의 추억, 취향, 야식, 해장, 자취, 캠핑, 편의점, 한강, 세계화까지 모두 품은 음식이 됐다. 라면은 완벽한 음식은 아니다. 나트륨도 많고, 자주 먹으면 건강 걱정도 된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아서 더 사람 같다. 가끔은 대충 끓여도 맛있고, 가끔은 계란 하나로 사치가 되고, 가끔은 찬밥 한 덩이로 한 끼가 완성된다. 그리고 어느 밤, 문득 배가 출출해질 때 우리는 또다시 부엌으로 간다. 냄비를 꺼내고, 물을 붓고, 봉지를 뜯는다. 라면은 그렇게 오늘도 끓는다. 후루룩. 짭짭. 별것 아닌데, 이상하게 맛있는 음식. 가난한 한 끼였고, 청춘의 야식이었고, 이제는 세계가 먹는 K-푸드가 된 음식. 라면은 한국인의 가장 뜨거운 소울푸드다.
20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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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6일부터 하나씩 구매를… 어제는 그냥 참았습니다.ㅋ 저 원래 네이버 스토어 구매 잘안하거든요. 멤버십도 살거 있을때 가끔… 무료배송에 적립도 잘되고 할인도 좋은… 단 박스로 파는 제품이 아니면 수량 단품, 여려개 묶어서 파는거 잘보셔야 됩니다. 동일 제품도 가격차이가 꽤 나더군요. 하루 1번씩 구매한것들 신라면 40개 한박스 개당 570원(적립 받으면 529원) 육개장 사발면 24개 617원(적립 받으면 571원) 미국산 돼지 목살 냉동 5Kg(1Kg당 5,904원 적립 받으면 1Kg당 5,491원) 안성탕면 40개 한박스 개당 538원(적립 받으면 497원) 국물닭갈비 1kg (닭갈비 800g + 떡200g) 6,920원(적립 698원) 농심 라면 좋아하시면 매일 박스로 구매하시면 좋을겁니다. 닭갈비는 안먹어본거라… 아직 안와서;; 돼지 목살은 미국산 맛 괜찬습니다. 저는 원래 다른데서 사먹었는데 냄새도 거의 못느끼네요. 업소가면 돼지 두르치기로 나오는 고기는 거진 이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스토어는 다르지만 뭐 다 같은 고기니 ㅎ 라면의 경우 유통기한 5개월이상 남았더군요. 6월25일 까지였나.?? 공장에서 나온거 바로 보내주는거 같습니다. 물량이 엄청 팔려서 그런지 가격변화가 조금 있는것도 있네요. 제가 구매한거 위주로 핫딜 게시판에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https://shopping.naver.com/festa/onsale/6957272541a3bb11213b2f0f 개인적으로 왠지 이거 단발성으로 안끝나고 다음달에도 한번 더할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 보니 쿠팡 입점 업체들도 네이버 스토어로 많이 빠지는거 같더군요.
202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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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1998년 추석, IMF의 여파를 제대로 맞은 우리 집은 떠밀리다시피 큰어머니 댁에서 지낼 수밖에 없게 되었고 이내 곧 경북 김천으로 향하였다. 그 당시의 나는 10살 남짓한 아이였고 늘 배가 고팠던 걸로 기억한다. 큰어머니네 가족들은 우리를 따스히 맞아주었다. 당신네 집안도 당시 사회적 여파로 먹고살기 힘들었지만 삼시 세끼를 먹여주셨다. 기본적인 농사일을 배우고 있으면 소참으로 라면, 국수 등 면류를 늘 가져다주셨고 참 맛있게 먹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저녁을 든든히 먹고 누워서 잠을 청하려 해도 배에선 꼬르륵하고 소리가 나고는 했다. 허기진 건 마음이었을까 내 위장이었을까? 우리 집안은 이제 망한 건가 하는 자괴감이 그 어린것에게도 깃들었던 것 같다. 온전히 어둠이 내려앉은 시골에서 야밤에 일어나봐야 먹을거라곤 없다는 걸 잘 알았고, 뒤척이기를 수십분 째 ‘xx, 배고프냐? 왜 안자고 그러냐잉?’ 큰어머니의 말씀이 들렸다. 살짝 민망했지만 뭐 어떠랴, 워낙 조용했기에 내위장의 소리를 들으신게지. ‘네, 제가 키가 크려나봐요’ ‘그려, 잠깐 기달려 보그라’ 이윽고 일어나셔서 대청마루오 나가시더니, 똑딱이 외등을 켜시곤 부르스타를 하나 꺼내어 오셨다. 라면을 두개 집어서 오셨는데 당신께서도 같이 드실건가 했지만 옆에서 눈을 비비며 일어난 형을 보고는 같이 먹이려 하셨나보다. 보글보글 라면이 거의 다 익어갈 때 쯤, 무항생제 계란(그 당시 시골은 거진 무항생제라 보면 된다)을 두 개 톡톡 까 넣으셨고 우리 둘의 마음도 톡톡 까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나보다는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살았다고 형이 상을 잽싸게 펴고 익숙한 손길로 냉장고에서 신김치를 꺼내고 수저를 세팅했다. ‘천천히 먹어여- 뜨거운께’ 오늘 돌이켜보면 내 짧은 인생에서 아직 그때보다 맛있었던 라면을 먹어보지 못했다. 스산한 어둠을 가볍게비비추는 외등아래에서 형과 도란도란 먹던 그 라면…… 그 때가 추석이었기에 그랬을까? 추석만 되면 난 라면을 꺼내어서 계란 하나를 꼭 같이 넣고, 마트에서 사온 김치와 함께 먹곤 한다. 그 때 그 맛은 절대 나지 않지만 내 추억 속 추석은 너무나도 맛있었던 순간들로 가득하다.
202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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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라면이 또 있을까. 굵고 쫄깃한 면발은 마치 삶의 굴곡 같고, 다시마 한 장은 그 속 깊은 국물의 철학자요. 국물 한 모금에 피곤했던 오늘 하루가 녹아내린다. 오늘의 메뉴는 농심 너구리 – 얼큰한 맛. 매콤하고 진한 국물이 일품이라, 한겨울 산속에서도 여름철 에어컨 아래서도 그 존재감이 뚜렷하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MSG, 일명 마법의 가루를 살짝—아니, 당당하게 한 스푼 추가한다. 요즘 라면들 보면 죄다 “MSG 무첨가”를 외친다. 건강을 챙긴다며, 순한 맛을 내세우는데... 솔직히 말해서, 건강 생각할 거면 라면을 왜 먹는가! 라면은 죄책감 없이 폭풍처럼 들이켜야 제맛이다. 나는 MSG를 아낌없이 넣는 깊은 맛파다. 작은 부스터에 불을 켜고, 코펠 바닥에 다시마를 깔고 그 위에 반듯하게 눌린 너구리 면을 올린다. 그 위로 건더기 스프, 분말 스프를 살포시 뿌리면 곧이어 끓어오르는 라면물 위로 인생의 잔상들이 피어오른다. 면발이 끓어오르며 꼬인다. 내 인생처럼, 꼬이고 꼬였던 수많은 밤들. 고시원 좁은 방 안에서 배고파 눈 비비며 끓여 먹던 라면 한 그릇, 서울 올라와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떼우던 그 시절, 지금은 사무실에서, 남 눈치 안 보고 끓여 먹는 가장 쉽고 확실한 한 끼. 오늘도 첫 끼는 라면이다. 나이 탓인지 꼬들한 면발은 이제 부담스럽다. 적당히 익은 면이 부드럽게 넘어가야, 속이 편하다. 인생도 라면처럼, 적당히 익은 게 좋다. 🍲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완식 마지막으로 마법의 가루를 톡— 우아하게 젓가락질을 하고 나면, 붉고 진한 국물 속에 한 끼의 위로, 하루의 피로, 삶의 애환이 스며들어 간다. 결국 완식. 그 어떤 요리보다 빠르고 확실한 만족. 학창 시절엔 배고파서 먹었고, 고시원 시절엔 돈 없어 먹었고, 지금은 그저 만만한 한 끼라서 먹는다. 하지만 언제나, 라면은 내 인생의 가장 가까운 친구다.
202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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