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의 전 CEO 팻 겔싱어(Pat Gelsinger) 가 AI 열풍의 미래와 GPU 산업의 향후 10년 전망에 대해 다시 한번 강한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최신 인터뷰에서 AI 버블은 최소 몇 년은 더 갈 것이라면서도, 퀀텀 컴퓨팅의 ‘결정적 돌파구’가 등장하는 순간 버블이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현재 AI 인프라의 핵심인 GPU 역시 이번 10년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겔싱어는 파이낸셜 타임스 와의 인터뷰에서 퀀텀 컴퓨팅을 “고전 컴퓨팅과 AI 컴퓨팅을 포함한 컴퓨팅의 성삼위일체(holy trinity)”로 규정했다. NVIDIA의 젠슨 황이 “퀀텀 대중화에는 20년이 걸린다”고 말한 것과 달리, 겔싱어는 “2년이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누가 맞든, 그는 “지금이 기술자들에게 가장 짜릿한 10~20년의 출발점”이라고 표현했다.
“AI 버블은 몇 년 후에야 꺼지겠지만, 퀀텀 브레이크스루가 등장한다면 상황은 바로 바뀔 것이다.”
“지금의 지배적 칩, 즉 GPU는 이 10년이 끝날 즈음이면 밀려나기 시작할 것이다.”
— Financial Times
겔싱어의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Microsoft–OpenAI 관계가 1990년대 빌 게이츠와 IBM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비유하며, OpenAI는 모델 배포·전달을 담당하는 “디스트리뷰션 파트너”일 뿐이며 실제로 계산 자원과 영향력을 쥔 것은 Microsoft라고 분석했다. 인텔 퇴임 이후 겔싱어는 벤처기업 Playground Global 에 합류하며 퀀텀 컴퓨팅 분야와 밀접하게 접촉해 왔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쿼비트(qubit)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순간, 기존의 고전 컴퓨팅과 AI 컴퓨팅은 빠르게 시대에 뒤처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그가 인텔 CEO 시절을 돌아보며 조직이 겪던 혼란을 솔직히 언급한 부분이다. 그는 인텔이 자신이 복귀하기 전 5년 동안 단 하나의 제품도 제때 출시하지 못했다며, 회사의 “기초적 엔지니어링 규율(basic disciplines)”이 붕괴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내가 돌아왔을 때 회사는 예상보다 훨씬 깊고 심각한 수준으로 무너져 있었다.
‘우리가 이제 엔지니어링조차 못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팻 겔싱어
겔싱어는 경영진에게 18A 공정을 5년 내 완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가 해고되면서 프로젝트를 완수하지 못했고, 후임 CEO인 립부 탄(Lip-Bu Tan) 이 결국 5년 기한 안에 18A를 종료시켰다. 이는 인텔이 그동안 외부에서 지적받아온 실행력 문제를 내부자가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인정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